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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는 이야기/일본, 또 다른 곳에서

여름 휴가 둘째날, 東京 (8월11일)

요새 너무너무 바빠서, 이제서야 다시 블로깅을 하게 되었습니다.

여름 휴가의 테마는 도쿄에서의 오덕후 투어였습니다. -.-
저의 최고의 취미가 바로 야구와 피규어 수집인데, 일본은 이 부분에서는 저와 아주 딱 맞는 곳입니다. 특히, 도쿄는 더욱 그렇습니다. 그래서 이번 휴가 중 하루는 소현이의 너무나도 큰 이해와 배려덕에 제가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다니기로 했습니다.
우선 일본 야구의 심장, 도쿄 돔으로 향했습니다. 사실 도쿄 돔의 크기는 다른 돔구장에 비해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. 전에 가본 적 있는 주니치의 나고야 돔이나 소프트뱅크의 야후 돔에 비하면 너무 작다는 느낌이 들수도 있을 정도입니다. 몇 년전 타이론 우즈가 도쿄 돔에서는 나고야돔에서의 절반의 힘으로 홈런을 쳐 낼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니깐요. 하지만 1988년 일본 최초의 돔 구장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한 때 일본 야구인구의 70%가 응원했던 요미우리의 홈 구장이라는 점에서 규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뭔가가 있습니다. 
도쿄 돔 바로 옆에는 놀이 공원이 있는데요, 요코하마와 비슷하게 놀이 공원에 입장료가 없습니다. 그리고 시내 한가운데 있다보니 왔다 갔다 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. 특히 보이는 롤러코스트는 시내 전철역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보는 제가 다 아찔 한 정도로 그 가파르기가 대단했습니다. 
일본 야구의 삼장답게 구장 바로 앞에는 야구 박물관이 있었습니다. 하지만 일본 야구 역사보다 제게 중요한 건 주니치 기념품이었습니다.
현재 2군에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승짱, 이승엽의 피규어를 구했습니다. 오가사와라의 피규어도 저에게 데려가 달라고 했지만, 진짜 오덕후가 되긴 싫어서 승짱 하나로 만족했습니다.
이 분입니다. 제 손에 승짱을 꼭 쥐어 주신 분. 잊지 않겠습니다. 감사합니다. 
도쿄돔엔 요미우리 공식 저지를 파는 아디다스 매장이 있는데 그 앞엔 환호라는 하라 감독의 대형 피규어가 있습니다. 
하라 감독과 한 컷 찍어줬습니다.^^ 그 앞에 요미우리 선수들의 기념될만한 경기의 포즈를 그대로 본뜬 피규어들도 있습니다. 승짱이 없는 게 아쉽네요.
도쿄 돔 옆에 있는 쇼핑몰을 한바퀴 돈 후, 다음 목적지인 아키하바라로 갔습니다. 이것 역시 건담 피규어를 사겠다는 저의 의견을 이해해 준 소현이의 배려였습니다.^^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피규어 보다는 확실히 전자 상가로만 가득차 있고, 메이드 까페밖에 없어서 더 이상 있다간 정말 오덕후가 될까봐 바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.
다음은 도쿄타워였습니다. 2007년 겨울쯤 일본에서 혼자 오다기리죠의 도쿄타워를 봤습니다. 보통 사람들은 러브레터를 보고 일본 영화를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, 전 개인적으로 도쿄타워를 보면서 일본영화의 힘을 느꼈습니다. 힘이라는 말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,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도 않고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를 너무나도 별 것 없이도 사람 마음 깊은 곳까지 뜨겁고 저리게 만들 수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영화였습니다. 그 때 혼자 얼마나 울었던지.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. 그래서 도쿄타워는 어떻게든 가보고 싶었습니다. 

생각보다 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. 도쿄타워는 타워 자체보다는 그냥 그 곳에 가고 싶다는 느낌이 너무 강했던 곳입니다.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. 잘 계시고 있는거죠..
시부야로 가는 길에 중간에 롯본기를 들렸습니다. 도쿄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다는 롯본기, 그 중에서도 롯본기에 가장 큰 건물인 롯본기힐즈로 갔습니다. 
윗층엔 전망대 수족관이 있었지만, 오늘의 가장 큰 목표가 따로 있기에 아쉽지만 그 곳은 들리지 않고 대신 날씨가 너무 더워 (센다이의 날씨는 도쿄에 비해 4,5 정도는 낮습니다.) 가볍게 맥주 한잔 했습니다.
시부야는 정말 사람이 많더군요. 센다이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혼잡함, 그리고 사람들과의 부딪힘, 서울에서 살던 저에게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던 순간이었습니다.^^ 도쿄의 복잡함을 상징하는 시부야의 사거리에선 사진찍는 외국인도 많았습니다. 그 중 저도 하나였습니다. 
109몰에서 소현이 옷을 사고, 세이부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산 후 오다이바로 갔습니다. 그런데 세이부 백화점에서 만든 카드는 시부야점에서만 된다는데 언제 쓰게 될지 모르겠네요.
사실 이번 투어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오다이바에 있는 실제 크기의 건담을 보러가는 것이었습니다. 많은 사람이 가 본 오다이바이지만, 2009년 7월부터 8월까지만 선보이는 실제 크기 건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운 좋은 일이었습니다. 동경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한 계획 사업 중 하나인 이 건담은 인터넷으로 봤을 땐 정말 일본 사람들 대단하구나, 디테일이 장난아닌데, 진짜 보고 싶다 그런 느낌뿐이었습니다. 하지만 실제로 보니, 정말로 온 몸에서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. 심장 떨림이 느껴질 정도 였으니깐요.
만화의 설계도를 따라 그대로 만들었다는 건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, 일본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. 뭔가 설명되지 않는 이 나라 사람들. 어떻게 보면 일본 사람들은 우리 기준에서 보자면 정상적인 사람들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. 모두 정신이 조금씩은 이상한 것 같습니다. 하지만 그것을 기발한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만드는 힘, 그것이 바로 일본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. 조금은 부럽기도 한 순간이었습니다. 계속 보다 보면 왠지 진짜로 우릴 지켜 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.
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인증샷도 찍었습니다.
8시에 건담의 조명을 모두 끄는데, 그 직전에 약간의 행사가 있습니다. 건담이 움직여 주는게 바로 그거죠.건담이 좌우로 사람들을 쳐다 본 후, 몸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듭니다. 동영상으로 찍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. 이제는 보지 못한다니 참 저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. 아차, 10월쯤 다른 곳에선 실제 크기의 철인28호가 설치된다고 합니다.

이렇게도 바빴던 여름 여행, 2일째 일정이 마무리 됐습니다. 기억에 남는 오덕후 투어 였습니다.